이력서

몇 년을 벼리고 벼려 겨우 한 줄
온 계절을 다 보내고야 또 한 줄

빛바랜 책 속에 그어진 밑줄 같은
가슴 아린 지나간 삶의 흔적

눈 위 두껍게 쌓인 어둠 아래
활활 타오르는 기억
숨을 쉬기조차 힘든 독한 허무

겨울바람에 구르는 낙엽처럼
세상을 떠도는 마디마디 아픈 살
머무는 곳은 언제나 겨울

가진 것을 잃고
비루함을 몸에 두른 뒤에야
비로소 보이는 실존

김경순
김경순
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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